Log.Develop/Retrospection

2025년 회고

bluayer 2026. 3. 3. 13:22

사실 25년 회고는 쓰지 말까하고 고민했다.

25년은 정말 여러 일이 있어서 그걸 되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꽤 지치는 일이었기 때문에,

이 회고를 쓰기 위해서 내게 높은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됐다.

킥오프가 많았던 1월을 보내고, 2월에 도쿄로 떠나는 길부터 도쿄에 도착해서까지 회고를 작성하려고 한다.

(라고 했지만, 도쿄에 가서 신나게 노느라 결국 3월이 되어버렸다... 이 게으름뱅이...)

 

24년 회고의 서론에 이런 말이 있다.

한 해, 그리고 그 다음 한 해가 아직까지는 매년 색다른 기분이 들고 지금은 이걸 놓치고 싶지 않은 간절함. 특정 시점이 오면 지금의 열정과 호기심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교만해져서 멈추지 않을까 하는 고민들. 2025년에도 간절한 마음으로 내 분기점을 개척해 나가고 있길 바란다.

 

25년을 지나면서 깨달았던 점은, "내가 호기심을 잃어버리지는 않겠다."라는 점이었다.

지난 한 해를 지독하게 달려왔지만 세상엔 여전히 흥미로운 문제들이 많다.

모든 1년이 힘들었지만 작년 한 해는 유독 하루 하루를 격정적으로 살았다고 생각된다.

 

데이터베이스 ... 말고

작년에 데이터베이스를 열심히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캐시 쪽에 빠르게 전문성을 가지게 되었다.

올해도 여전히 캐시 쪽에 전문성을 가지기 위해서 여러가지를 했다.

ElastiCache 발표도 Summit에서 하고, (그 외에도 많이 했지만 500+인원이 들었던 Summit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ElastiCache 서비스 팀과 협업하며 같이 블로그를 작성하기도 하고, (이 블로그가 Re:Invent 영상에 들어갈 줄은...)

뒤에서 서술하겠지만 우연한 기회로 오픈소스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공개한 적은 없지만 DBA로의 직무 전환도 검토했다.

옛날부터 희망했던 회사였고, 같이 일해보고 싶은 분이 있던 곳이어서 지원했지만 최종 탈락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DBA로의 역량은 한참 부족했다고 생각하고, 또 인터뷰를 보면서 느낀거지만 "DBA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맞나?" 에 대한 의문도 가지게 되었다.

인터뷰 프로세스 과정에서 많이 배웠고, 이 인터뷰가 굉장히 좋은 자양분이 되어

DBA가 아니라 DB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던건가 -> 플랫폼 엔지니어링에 관심이 더 많았던 거구나 하면서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내 강점은 백엔드 개발자면서, 기존에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다뤄봤고 AWS 인프라에 능숙하면서 캐시에 깊은 이해도가 있다는 점이다.

꼭 데이터베이스만 내 전문 영역일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GenAI 임팩 덕에 이런 사고의 전환이 현명한 결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일이 되게 만드는 방법

25년은 일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던 거 같다. 고민 예시는 다음과 같다 :

  • 어떤 전략으로 움직여야 할까
  • 어떤 시점에 움직여야 할까
  • 누구와 이 일을 해야할까, 혼자 할 수 있는 것인가
  • 도움을 요청해야 할 사람에게는 어떤 것을 줄 수 있는가

이 과정의 결론은 "어떻게 일이 되게 만드는 걸까?" 였다.

상반기 동안 했던 고민의 결과들이 실제 업무상 좋은 성과로 나오게 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정우님이 하는 일은 쉽게 결과를 만들어내는 거 같아요. 근데 누군가 하는 일이 쉬워보이면 그게 경지에 오른거라던데.."

인상 깊은 말이었다. 비즈니스가 엮여 있는 현재 포지션에서는 결국 어떻게 일이 되게 만드는지가 중요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회사에 온 이후로 기술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방법도 매년 성장하고 있다.

AI로 인한 할루시네이션이 모든 걸 덮어버리는 데이터 홍수 속에서,

진정성 있게 사람을, 조직을 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람들이 최강록과 박정민을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를 고민하다 진정성이라고 생각하게 된 이후로 이 키워드를 내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큰 축으로 삼고 움직이고 있다.

 

  1. 내가 써보고 별로인 서비스는 타인에게도 별로다.
  2. 내가 좋다고 생각했던 서비스도 타인의 시선에서는 별로일 수 있다.
  3. 그렇다면 내가 좋다고 생각했던 서비스가 타인에게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가 없다면 제안하면 안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 흐름 덕에 무의미한 일을 하는 시간이 줄었다. 일을 (손쉽게) 되게 만들자.

 

건강

오픈소스 얘기를 하기 전에 이 얘기를 먼저 적어야겠다.

25년 상반기에는 반년 이상 술도, 커피도 못 마실 정도로 건강이 안 좋았다.

병원에서 둘 다 하지 말라고 권고 받았고, 러닝을 열심히 뛰게 되었다.

하하. 24년 회고에서 건강 좀 잘 챙기자고 하더니... 쯧

 

1년 안에 ... 하자. 2년 안에 ... 하자. 이렇게 시간적 압박을 스스로에게 주는 걸 포기했다.

시간적 압박을 주기 시작하면, 데드라인을 위해서 결과물을 포기하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다른 무엇보다 내 심신이 무너졌다.

1년 안에..? 1.5년을 하면 문제가 생기나? -> 전혀 생기지 않는다.

가능하면 요즘에는 주말에 일을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잘 지켜내보자.

 

오픈 소스

작년의 Valkey에 기여한 것을 시작으로, 25년에도 오픈소스에 기여를 하게 되었다.

오픈소스를 하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Kubecon NA 25에서 AWS 데모 부스를 리딩하게 되어 요걸 준비하다가 하게 되었다.

 

LMCache에 Valkey connector를 추가하는 작업을 했고 그 과정에서 Pipelining을 통해서 이전 Redis Connector보다 20% 이상 성능을 개선했다.

LMCache는 KV 캐시를 관리하고 확장시켜줄 수 있는 라이브러리이기 때문에 RTT 시간에 영향을 받는 구조라

자연스럽게 Pipelining을 고려해서 작성하게 되었다.

이 경험을 기반으로 ElastiCache 서비스 팀과 Semantic Caching에 관한 글로벌 블로그도 써 본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Kubecon NA 25 부스의 데모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Inference on Kubernetes에 관심이 생겨 추론 인프라를 다양한 라이브러리를 통해 살펴보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KServe에도 S3로부터 모델 다운로드 속도를 최대 2배 개선하는 간단한 PR도 하나 머지했고, 최근에는 새로운 CRD를 제안하고 있는 중이다. 끝까지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LocalModelCache가 너무 불편하다는 의식에서 시작해서 빠르게 행동으로 잘 옮겨봤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오픈 소스를 꾸준히, 자주 하게 될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개선해 나가는 것은, 적어도 내가 늘 사람들에게 강조했던 보이스카웃 룰을 지켜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Next step?

Kubecon NA 25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협업하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내 기술 수준이 낮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영어도 쓰기 시작하면 확확 늘어난다는 것을 경험했다.

26년, 27년에는 내 서비스를 운영하거나 만드는 회사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MLOps 포지션이면 더 좋고, 아니더라도 시스템/플랫폼을 만드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여전히 설레는 마음으로 기술과, 또 세상과 부대끼며 더 나아가 보고 싶다.

이 끝은 어딜까? 내 자신의 앞으로가 점점 궁금해진다.

 

결론

지난 25년을 돌아보면 초반에는 가장 불안정했고 점점 안정되어 갔고, 결국 무언가를 많이 이뤄냈다.

참... 이상하고 신비로운 해였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얻었다.

어쩌면 이제는 그만 증명해도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전히 달려보고 싶다. 이전과 같은 속도는 아니더라도 지난 5년간 해온 나를 믿으면서.

26년엔 무얼 또 할 수 있을 것이며, 나는 무얼 또 준비하고 있을까?